2008년 09월 28일
바다 밑 - 거대새우의 습격

'바다 밑' 역시 '하늘 속'과 마찬가지로 NT노벨 브랜드로 나왔지만 아무리 뜯어봐도 라이트노벨이라고 할 수 있는 구석을 찾을 수 없다.하드커버에 9800원이며 페이지당 25줄로 470페이지의 꽉 찬 느낌을 선사한다. 게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조금도 지루한 구석이 없이 잘 읽힌다는 장점까지 더해지면 가격대성능비는 최고가 아닐까.
일러스트도 없고 영상화된 작품도 아니기 때문에 한국 라이트노벨팬에게는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지만('도서관 전쟁'도 인터넷 판매지수가 크게 높지는 않더라) 정말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하늘 속'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 작품도 정말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본 일본 특촬물 '가메라2'가 생각났는데 작가가 괴수물 팬이라 그런지 작중의 여러 요소가 매칭이 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가메라2'에는 가메라의 적으로 레기온이라 불리는 엄청난 수의 적이 등장하는데, '바다 밑'에는 가메라 같은 정의의 괴수는 나오지 않지만 대신 인간을 잡아먹는 거대새우가 등장한다. 거대새우라니, 이거 정말 참을 수 없지 재미있지 않은가? 실로 B급컬트적인 요소의 폭발이다. 제발 부탁이니 한국에도 이런 센스 발휘해주는 작가가 나와줬으면 싶을 정도로. 물론 그런 요소가 매력적이라는 것이지 내용까지 그렇게 가버리면 곤란하고. 그외에도 '가메라2'는 자위대가 홍보를 위해 실제 장비를 지원해준 것으로도 유명한 작품인데 그래서인지 장갑차 등이 엄청 현실감 있고 자위대 군인 중에 엄청 멋진 캐릭터도 한명 있다. 괴수물을 지원해서 자위대를 홍보할 생각까지 한 것을 보면 일본에서도 군대가 정말 인기가 없긴 없다는걸 알 수 있어서 자위대가 불쌍해지기도 하지만.(...)
어쨌든 저 바다 밑으로부터 나타나 사람들을 덮치는 거대새우의 대군을 상대하기 위해 경찰병력이 고전하는 모습은 정말로 눈물겹다. 현대화기의 위력을 생각하면 금세 처리할 수 있는데도 경찰이기 때문에, 그런 중화기가 지급되지 않는 경찰병력이기 때문에, 그리고 자위대가 함부로 나설 수 없다는 상황을 어떻게든 타파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정말로 눈물겹다. 실제로 그 노력이 결실을 맺어 마지막에 자위대가 출동했을 때는 정말로, 그들이 애처롭게 느껴졌다.
한편 주인공 일행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이 구출될 때까지 폐쇄된 잠수함 속에서 생활하는 모습은 '15소년 표류기' 같은 느낌을 주는데(사실은 그보다는 애니메이션 '무한의 리바이어스'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어차피 원류는 저쪽이지만) 아이들이 좀 더 어리고 그들을 통제하는 주인공들은 어른에 군인이다 보니 마치 '말 안듣는 어린애들을 어떻게든 통제해야 하는 담임선생님의 고충'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이 갈등관계는 지나치게 극단적이지는 않으면서 적당한 수준으로 완급을 조절해서, 즐겁게 읽을 수도 있지만 이 정도론 부족하다고 불만스러워하는 사람도 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나는 이 정도가 이 작품의 분위기에 딱 어울리는 느낌이었고, 아마 그것이 아리카와 히로의 스타일일 것이다. 무엇보다 거기에서 마지막에는 로맨스로 연결되는 것까지 말이지.
이젠 '소금의 거리'와 '도서관 내란'만 읽으면 국내 출판된 아리카와 히로의 작품은 다 읽는 셈인데, 그것밖에 안남았다고 생각하니 여러모로 아쉽다. 도서관 시리즈도 좋지만 '하늘 속'이나 '바다 밑' 같은 작품 좀 다시 안써주려나?
# by | 2008/09/28 22:03 | 번역장르소설 | 트랙백 | 덧글(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