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헬릭스 3권이 나왔다?

오늘 대여점 가서 신간목록에 써있는걸 보고 깜짝. 문피아에 가서 출판사 소식란을 뒤져보니 정말로 나왔다.

원고가 4권까지 되어있다는 소리를 듣고서도 반신반의했는데 이거 진짜 나오는구나. 그것도 한달만에.

굉장히 놀랐다.

임경배 작가 작품에 가장 걱정되는 것은 역시 계속 나오긴 나오냐 하는 것이었는데 3권이 빨리 나온걸 보니 최소한 웜슬레이어 꼴은 안나려나 보다. 이제 4권까지 빨리 나오면 정말로 안심해도 될 것 같다.



by 제라르 | 2009/11/16 19:50 | 잡담 | 트랙백 | 덧글(1)

무적자 - 성인 극화물 배경의 한국판 테이큰

일단, 재미있었다. 한국 현대를 배경으로 한 무협이자 한국판 테이큰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이다. 초반의 깨지기 전의 일상을 꽤 길게 그려내기 전에 그 부분은 나른한 감이 있지만 거길 벗어나서 복수행으로 들어가면 순식간에 빨려들어갔다. 1권 중반 이후, 그리고 2권까지는 정말로 훌륭하다. 특히 현대 무협, 그리고 유대계와 관련된 음모이론에 초능력까지 여러 성인 극화물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설정을 잘 버무리면서 중후함과 깊이를 더해서 굉장히 멋들어진 이야기로 꾸며놓았다. 특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나 도시정벌 등의 성인 극화물을 좋아하는 아저씨들이라면 환장할 수준 아닐까. 이런 계통의 이야기는 이전에는 꽤 많았다가, 지금은 쓰는 사람이 이원호 정도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안다. 극화물 만화에 관심이 별로 없다면 10대, 20대 독자에게는 굉장히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다.

내 경우 재미있게 보았지만 배경 부분에서 신선함은 느끼지 못했다. 무게와 깊이가 있을지언정, 500년 전의 강호인이 환생했다거나 중국의 비밀조직들이 무공을 사용한다거나 유대계의 거두가 세계를 암암리에 지배하며 초능력 부대를 양성해놓고 있다거나 하는 것은 딱히 신선할 수는 없는 소재다. 하지만 나 자신도 굉장히 재미있어하는 소재인 것만은 분명하다.

아쉬운 것은 역시 3권이다. 개인적으로 이야기가 너무 많이 확장되었다고 느꼈다. 지극히 개인적인 복수행으로 시작되었던 이야기에 너무 많은 것을 끌어들였다. 게다가 복수행에 감정이입할 수 있는 종착점이 너무 일찍 왔다. 명천과의 이야기도, 세이건 가와의 이야기도 솔직히 말하자면 사족이다. 3권은 읽으면 읽을수록 집중력이 떨어지더니, 나중에 서문완연의 정체가 실은 서문연강이었다는 말이 나올 때는 너무 지리멸렬한 느낌에 실소가 나오고 말았다. 이것은 정말 용두사미다. 좀 더 이야기를 타이트하게 줄이고 이번에는 그것으로 끝내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환생자 이야기는 처음부터 빼버리고 다른 배경을 만들었어도 좋았을 듯 싶다.

그래도 무척 즐거운 만족감을 주는 작품이었고, 후속작이 나온다면 역시 구매할 것이다. 임준욱 선생의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

by 제라르 | 2009/11/14 18:39 | 한국장르소설 | 트랙백 | 덧글(0)

원환소녀 1권 - 힘들었다

일러스트가 강각의 레기오스의 바로 그 작가다. 물론 소설 작가는 다르다.

설정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인물 설정 말고, 세계관 설정.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물(혹은 오컬트물)이라면 현대와 신기한 일들 사이를 해석하는 세계관이 작품의 색깔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그런 점에서는 아주 좋다. 우리 세계와 인접한 2천개의 마법세계가 존재하고 그 세계의 주민들은 전원 마법사이며, 마법사들은 각기 다른 법칙의 마법을 사용한다는 것. 마법사들에게 이 세계는 지옥이고, 인간들은 모두 악귀인데 그 이유는 그저 관측당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마법이 소거되는 마법이 허락되지 않은 세계이기 때문.

기본 세계관은 좋지만 나스 키노코의 영향인지 아니면 그냥 일본에 원래부터 그런 붐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한 개념들을 잔뜩 도입해서 작가만 알아먹을 것 같은 복잡하고 별 의미는 없어보이는 관념적인 이야기를 끊임없이 늘어놓는다는 점은 별로. 그것까지 매력으로 살려야 의미가 있는데 전혀 그렇지가 못하고, 그런 점 때문에 그 설정이 가진 매력이나 개성은 작중에서는 전혀 어필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문장력이 난잡해보여서 좋은 편이라 글맛으로 줄줄 읽히느냐? 절대 아니다. 형편없다. 한문장 넘어가는 것이 계단 열개를 올라가는 기분이다. 그럼 장면을 그려내는 묘사력은 좋아서 전투가 박진감 넘치게 읽히느냐? 절대 아니다. 형편없다. 이런거 보고 일본 라이트노벨은 한국 대여점 소설보다 낫단 소리는 제발 하지 말자; 이것보다는 나은 작품이 십만 단위로 드글거릴 것 같다. 초등학생이 쓴 것처럼 단순무식한 것 같은 문장이라도 잘 읽히고 뭔 상황인지 잘 알아먹을 수 있기만 하면 이것과 비교할 때 노벨문학상은 못되도 청소년 문학상은 받겠다.

이야기 쪽으로 가면 더 얄팍하다. 20대 남자 상대로 초등학생 꼬맹이를 노골적으로 히로인으로 밀어붙이는 전개는 쿠레나이 이후의 로리콘 경향인가 싶었고, 드라마가 전혀 몰입할 수 있는 힘을 갖고 굴러가질 않는다. 그저 난잡하고 붕떠있다. 서로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하면서 사실 다들 나쁜 놈들이 아니라고 하고 있다. 세계를 말아먹고 멸망을 가져와도 그놈은 나쁜놈이 아닌거다. 그놈은 착하고 순수하니까.(아, 나쁜 녀석이 둘 있긴 있다)

한권 읽기가 정말 힘든 소설이었다. 그저 돈이 아까워서 끝까지 읽었다. '종말의 크로니클' 이후로 최악의 지뢰를 밟은 이 기분. 물론 그쪽은 재미없는 것을 넘어 역겹기까지 하다는 점에서 이것보다 훨씬 고단수였지만.


by 제라르 | 2009/11/01 14:53 | 일본 라이트노벨 | 트랙백 | 덧글(2)

헬릭스 : 악마포식자 1, 2권 - 간만의 퇴마물

이 작품을 볼 때 걱정해야 할 점은 재미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다. 바로 작가 이름 석자 임경배를 보고 이 작품이 과연 계속될지를 걱정해야 할 것이다. 더 크리처는 커그의 인터넷 연재로나마 완결을 보았지만 인드림스와 웜슬레이어는 여전히 행방이 묘연하다.

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로 보면 이미 원고가 4권까지 되어있는 모양이다. 그것도 생계를 걸고 있는지라 꽤 빨리 집필되고 있다고 한다. 일단 믿고 보기로 했다. 완결된 후에 보자, 하면서 외면하면 순식간에 조기종결당하는 것이 대여점 시장이니까, 제발 끝까지 써달라고 응원하는 차원에서라도 일단 봐둘 필요가 있었다.

라이트노벨의 영향인지 몰라도 최근 현대물이 많이 보이는 느낌이다. 골든노블에서 나온 도시전설, 청어람에서 나온 워메이지, 마루에서 나온 슈퍼 파워 코리아까지. 그중 이 작품은 퇴마물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퇴마록이나 귀신과의 싸움이 아니고, 1999년에 사실 세상이영적 파멸을 겪었고, 열린 지옥문으로부터 악마들이 기어나와서 활동하고 있다는 설정 하에서 그들끼리의 싸움이 벌어지는 내용이라 이능력 배틀물스러운 느낌이 묻어난다.(에디슨의 발명이 그런 식으로 세상을 구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글 자체는 임경배 작가 특유의 센스가 매력을 발휘한다. 다른 것과 비슷한 것 같지만 확실히 다른 재미있는 설정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현대인의 부정적인 특성을 고스란히 극대화시켜놓은 주인공 하민의 행동으로 즐거움을 준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사로잡혀서 단숨에 읽어가는 맛이 아니라 계속 즐겁게 키득거리면서 읽을 수 있는 맛이 이 작품에는 있다.

1권은 무난한 출발을 보이는가 싶더니 2권에서 '퇴마대대'가 등장하면서 센스가 폭발한다. 정말이지 군필자들이라면 웃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한국 작품이 아니라면 결코 맛볼 수 없는 매력을 가진 부분이기도 하다. 퇴마를 목적으로 하는 군대에 군대 갈 나이도 안 된 고등학생 미소녀가 나와서 미니 스커트 군복 입고 엉터리 경례를 하는 일은 없다. 한국 군대의 실상을 적당히 리얼하게, 그러면서도 소설을 위해 '특수한 상황'을 설정하고 만들어낸 퇴마대대는 2권의 핵심이며 이 작품을 앞으로도 계속 기대하게 만드는 포인트이기도 하다.(그렇다고 해서 주인공 하민이 군대에 소속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직 고등학생이다.)

원고가 다 되어 있다고 하니 3권도 빠른 시일 내에 볼 수 있기를 바란다.

by 제라르 | 2009/10/19 16:50 | 한국장르소설 | 트랙백 | 덧글(1)

모래선혈 - 전작보단 못하다


'얼음나무 숲'으로 명성을 얻은 하지은 작가의 노블레스 클럽 두번째 작품. 전작에서는 음악가의 이야기를 그리더니 이번에는 작가의 이야기를 그렸다. 다음번에는 또 무슨 이야기를 그릴까 궁금한데, 다음 쪽에서 이미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이 연재됐으니 찾아가보면 알 수 있겠다.

문장은 여전히 좋다. 하지만 전작보다는 나쁘다. 문장 하나하나의 질이 어떻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그 문장이 주는 느낌에 관한 것이다. 전작은 음악의 도시를 거니는 분위기 속에 푹 빠져서 읽을 수 있었는데 '모래선혈'은 배경이 메말라있어서 그럴까, 그때만큼 매혹적인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작중에서 천재라 일컫어지는 작가의 작품 일부를 발췌해놓은 부분들이 별로 매력적인 느낌이 들지 않았던 것도 감점요소. 사실 그런 부분이 나올 때마다 집중력을 오히려 깨먹었다. 구현할 수 없는 천재를 조악하게 실체를 만들어 보여주기보다는 자신의 문장 너머에 있는 아득한 존재로 감추어놓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작가 자신이 작중에서도 지적한 부분인데, 알고 있으면 고치는 게 어떨까 싶었던 부분은 끝마무리가 극단적으로 약하다는 점이다. '얼음나무 숲' 때의 결점이 여기에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끝으로 가면서 갑자기 맥이 탁 풀려버리는 이건 정말 어떻게든 해야할 것 같다. 클라이맥스부터 엔딩까지를 보면 이건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앞부분에 비해서 형편없다.

불만도 많았지만 타이거 우즈의 드라이브샷도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은 두꺼운 책 한권을 푹 빠져서 읽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가치가 있다. 하지은 씨의 작품은 앞으로도 기대한다. 다음 작품에서는, 소재와 영감이 빚어낸 작품 자체의 매력 이전에 작가 자신이 가진, 인식하고 힘을 쏟는것으로 극복될 수 있는 약점을 극복하고 나오길 바란다.


by 제라르 | 2009/10/19 16:18 | 한국장르소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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